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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3일 일요일

무디스 · S&P · 피치 독과점 체제 해체 시작 100년 수퍼파워 끝나나

중앙SUNDAY | 기사입력 2010-05-23 08:06
프랭크 파트노이 미 샌디에이고대 교수(증권법)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현재 빅3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맥대니얼·샤르마·조인트는 빅3 전성기를 마감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빅3 전성기는 75년에 시작됐다. 이전까지 그들은 신용등급을 매겨 돈을 받고 투자자들에게 팔았지만 영향력이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그해 미 SEC가 투자은행·증권사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1차 오일쇼크가 야기한 금융위기 대응이었다. SEC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신용평가회사(NRSRO)’한테서 투자적격 등급(BBB- 이상)을 받은 채권은 위험도를 낮게 매긴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런 채권을 보유한 투자은행 등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투자은행들이 채권 인수에 나서면서 발행 기업들에 신용평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더욱이 SEC가 수많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딱 3곳, 즉 무디스·S&P·피치에만 NRSRO 지위를 부여했다. 빅3 과점 체제가 시작됐다. 신용평가 수요가 급증했고 빅3의 곳간도 풍성해졌다.

파트노이 교수는 저서 『전염성 탐욕』에서 “빅3는 SEC가 이후 NRSRO 자격을 다른 회사에 부여하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로비해 막았다”고 말했다. 빅3는 80년대 초 SEC를 움직여 뮤추얼펀드 등이 투자적격 이상 채권을 사들이면 리스크를 낮게 평가하는 기준도 만들도록 했다. 막 투자 세계의 큰손으로 부상하던 기관 투자가들을 활용해 수익기반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美 금융시장서도 애물단지

90년대 들어 빅3의 영향력은 글로벌화했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세계 기업들의 주식과 채권을 인수해 미국 뮤추얼펀드 등에 팔면서 빅3 신용등급은 세계 기업들이 이수해야 할 시험이 됐다. 영국 석유회사 BP도,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도, 스웨덴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에릭슨도 미국 빅3의 평가를 받아야 미 뮤추얼펀드를 겨냥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각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북유럽 아이슬란드에서 남미 칠레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빅3 평가표를 첨부해야 국채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빅3는 완전무결한 존재로 여겨졌다. 미 사법부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들어 빅3에 면죄부를 발급했다. 신용평가를 의견표현으로 분류해 자유를 최대한 인정했다. 판단을 투자자의 몫으로 돌려놓았다. 이후 빅3는 엉터리로 신용을 평가한 것이 드러나도 소송에 시달리지 않았다.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한국 등이 “위기 순간 등급을 떨어뜨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나 SEC 등은 위기에 빠진 나라들이 늘 하는 불평이라며 귓등으로 흘렸다. 또 ‘신용평가회사들이 사전 경고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투자자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인간이 하는 일은 불완전하다’며 무시했다.

미 에너지 기업인 엔론 파산 직후 투자자들의 원성을 등에 업은 몇몇 미 의원들이 법 개정을 추진했다. 5년 동안 지루한 공방 끝에 그들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신용평가회사(NRSRO)’를 3곳에서 10곳으로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빅3가 75년 이후 30년에 걸쳐 아성을 구축해 놓았기에 새로 NRSRO 반열에 오른 회사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빅3 아성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텃밭인 바로 미 금융시장에서였다. 빅3가 전성기를 만끽하던 90년대 중반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가 개발됐다. 이는 채권이 부도났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료(프리미엄)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기업이나 정부의 신용도가 마치 주가처럼 시장에서 평가됐다. CDS 프리미엄이 단기 급등락하는 게 적잖은 문제지만 빅3의 뒷북 평가에 염증이 난 시장은 CDS를 반겼다. 뮤추얼펀드 등이 빅3의 평가를 기다리지 않고 CDS 프리미엄 움직임을 보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와중에 미국과 유럽 정부가 법규 개정 등으로 빅3 과점 체제를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빅3 CEO들은 서둘러 돌파구를 찾아야 할 처지다. 그러나 어디에도 쉽고 편한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S&P의 CEO 샤르마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엔론의 분식회계를 문제 삼지 못한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처럼 심각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서앤더슨은 신뢰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Posted via web from cjitem's post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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